친한 사람과 말투가 닮는 이유 (행동 모방, 카멜레온 효과, 친밀감)

함께 대화하며 자연스럽게 웃고 있는 두 사람

오래 알고 지낸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서로 비슷해진 부분이 있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같아지기도 하고, 말투나 행동이 닮기도 합니다. 일부러 상대를 따라 하려고 한 것은 아닌데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비슷해진 모습을 발견합니다.

저도 고등학생 때 친한 친구들과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매일 붙어 다니던 친구들을 보면 옷차림부터 말투까지 비슷했습니다. 지금은 배우자와 자주 사용하는 단어나 말하는 방식이 닮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 웃으면 저도 따라서 미소를 짓고, 주변에서 박수를 치면 저 역시 자연스럽게 박수를 칠 때도 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다른 사람의 표정이나 자세, 몸짓을 자신도 모르게 따라 하는 현상을 오래전부터 연구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개념이 ‘카멜레온 효과’입니다. 우리는 왜 주변 사람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따라 하고, 가까운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가까운 사람의 말투와 행동을 닮는 이유

고등학생 때는 친한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학교에서 하루 대부분을 같이 보내고 쉬는 시간에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당시를 떠올려보면 옷차림도 비슷한 경우가 많았고 사용하는 표현이나 말투도 닮아 있었습니다. 누군가를 일부러 따라 해야겠다고 생각한 기억은 없습니다. 같은 환경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의 표현과 행동에 자연스럽게 익숙해졌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배우자와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함께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주 사용하는 단어나 말하는 방식에서 닮은 부분을 발견합니다.

심리학에서도 사람이 다른 사람의 행동을 자신도 모르게 따라 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Chartrand와 Bargh가 1999년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처음 만난 사람 사이에서도 이런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실험 상대가 얼굴을 만지거나 발을 흔드는 행동을 했을 때 참가자에게서도 같은 행동이 더 많이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상대의 자세나 몸짓 등을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따라 하는 현상을 ‘카멜레온 효과’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 연구 하나로 오래 함께한 친구나 배우자의 말투가 닮는 모든 과정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실험에서 확인한 것은 짧은 상호작용에서 나타나는 행동 모방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주변 사람의 행동이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내 행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자주 마주치는 사람에게 익숙함이 생기는 과정은 이전 인간관계 친근함 심리 글에서도 살펴보았습니다. 제 경험에서도 가까운 사람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의 표현이 익숙해지고, 어느 순간 비슷한 모습을 발견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상대의 몸짓을 나도 모르게 따라 하는 이유

말투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야 발견하는 변화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짧은 순간에도 상대의 행동을 따라 할 때가 있습니다. 저도 누군가 박수를 치면 별생각 없이 같이 박수를 칩니다. 상대가 밝게 웃으며 이야기하면 어느 순간 저도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지금 저 사람을 따라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하는 행동은 아닙니다. 그 상황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다 보니 비슷한 표정이나 행동이 나오는 것입니다.

행동 모방과 친밀감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도 있습니다. Lakin과 Chartrand는 2003년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은 목표가 행동 모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험했습니다. 연구에서는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만들고 싶은 목표가 있을 때 무의식적인 행동 모방이 더 많이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습니다. 이전 상호작용에서 친밀감을 형성하지 못했던 참가자가 이후 새로운 상대의 행동을 더 많이 따라 하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웃음이나 박수가 떠오릅니다. 즐거운 이야기를 하면서 상대가 웃으면 저도 웃게 됩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박수를 치는 상황에서는 나도 모르게 같은 행동을 합니다. 이런 행동 하나하나에 특별한 의미를 붙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사람은 대화할 때 말의 내용만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표정과 몸짓에도 자연스럽게 반응한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서로 같은 순간에 웃고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일이 대화를 조금 더 편하게 만드는 데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행동 모방을 친밀감의 신호로 단정하면 안 되는 이유

카멜레온 효과를 알고 나면 상대가 내 행동을 따라 했을 때 ‘나와 친해지고 싶은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행동 하나만으로 상대의 마음을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행동 모방은 처음 만난 사람 사이에서도 나타날 수 있고, 상황이나 사회적인 목표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초기 카멜레온 효과 연구에서는 실험 상대가 참가자의 자세와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따라 했을 때 참가자들이 상호작용을 더 원활하게 평가하고 상대에 대한 호감도 높게 평가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다른 연구에서도 모방을 경험한 뒤 도움이나 친사회적 행동에 변화가 나타난 사례가 보고됐습니다.

그렇다고 ‘친해지고 싶다면 상대 행동을 따라 하면 된다’는 인간관계 기술로 받아들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연구에서 다루는 행동 모방은 주로 자연스럽고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타나는 행동입니다. 상대가 다리를 꼬았다고 일부러 똑같이 다리를 꼬거나 말투를 의식적으로 흉내 내는 것과는 다릅니다. 상대가 나와 비슷한 자세를 취했다는 이유만으로 나에게 호감이 있다고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저에게는 오히려 가까운 사람들과 닮아 있는 모습을 발견하는 일이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고등학생 때는 친구들과 옷차림과 말투가 비슷했고, 지금은 배우자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 닮아 있습니다. 누군가 웃으면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박수를 치면 함께 박수를 치기도 합니다. 모든 행동 모방을 친밀함의 증거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사람은 생각보다 주변 사람의 행동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한 사람과 닮은 표현을 발견했을 때 그동안 함께 보낸 시간이 떠오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 이 글은 다음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