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부탁이 인간관계를 바꾸는 이유 (도움과 호감, 부탁의 부담, 마음의 빚)

 

일상에서 작은 도움을 주고받는 두 사람

누군가의 작은 부탁을 들어준 뒤 이전보다 조금 가까워졌다고 느낀 적이 있습니다. 큰 도움은 아니었습니다. 제 동선과 상대의 동선이 비슷해서 물건을 대신 픽업해준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일을 계기로 대화가 조금 더 자연스러워졌고, 실제로 이후에는 이전보다 친밀한 관계가 되었습니다.

반대 경험도 있습니다. 별다른 접점이 없는 직장 동료가 사소한 부탁을 자주 했습니다. 부탁이라기보다 지시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들어줬지만 점점 부담스러워졌고 결국 제가 거리를 두게 되었습니다.

저는 원래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잘 하지 않는 편입니다. 부탁하는 것 자체가 불편하기도 합니다. 도움을 받으면 나중에 더 크게 갚아야 할 것 같은 마음도 듭니다. 같은 부탁인데도 어떤 부탁은 사람을 가깝게 하고, 어떤 부탁은 오히려 멀어지게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작은 부탁이 관계를 가깝게 만드는 이유

보통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가까운 사람이 부탁하면 시간을 내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그런데 심리학에서는 반대 방향의 가능성도 오래전부터 연구해 왔습니다. 누군가에게 작은 호의를 베푼 뒤 그 사람을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자주 소개되는 연구가 Jecker와 Landy의 1969년 실험입니다. 참가자들은 실험에서 돈을 얻었고, 이후 일부 참가자에게 연구자가 개인적으로 연구비가 부족하다며 받은 돈을 돌려줄 수 있는지 부탁했습니다. 연구에서는 개인적인 부탁을 받고 호의를 베푼 참가자들이 연구자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흔히 ‘벤저민 프랭클린 효과’를 설명할 때 소개되는 연구입니다.

저도 작은 부탁을 들어준 뒤 실제 관계가 가까워진 경험이 있습니다. 상대와 동선이 비슷해 물건을 대신 픽업해준 일이었습니다. 일부러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도와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부탁을 계기로 서로 이야기할 일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물건을 전달하면서 대화를 나눴고 이후에도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다른 사람을 돕는 행동은 도움을 받는 사람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친사회적 행동과 행복의 관계를 분석한 메타분석에서는 다른 사람을 돕는 행동과 도움을 준 사람의 웰빙 사이에 작지만 긍정적인 관련성이 나타났습니다. 물론 도움의 종류와 대상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일부러 부탁하면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 인간관계에는 부탁의 크기와 방식, 두 사람의 기존 관계 등 여러 조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상대와 가까워진 것도 단순히 부탁을 들어줬기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부탁이 새로운 접점을 만들었고 그 뒤 자연스러운 대화가 이어진 것도 영향을 줬을 것입니다. 저는 부담스럽지 않은 작은 호의를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과정에서 관계도 조금씩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복되는 부탁이 오히려 부담스러운 이유

모든 부탁이 관계를 가깝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저에게는 예전에 함께 일했던 직장 동료와 반대의 경험도 있었습니다. 그 동료와는 특별히 가까운 관계가 아니었는데 제가 부탁하기 편해 보였는지 사소한 일을 자주 요청했습니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불편해졌습니다. 특히 말하는 방식이 부탁이라기보다 지시처럼 느껴질 때는 부담이 더 컸습니다.

저는 부탁과 지시의 차이에는 상대에게 선택권이 있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탁이라면 상대가 상황에 따라 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상대가 당연히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며 말하면 받아들이는 사람의 느낌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기결정성이론에서는 사람이 스스로 선택한다고 느끼는 자율성을 중요한 심리적 욕구 중 하나로 봅니다. 친사회적 행동을 다룬 연구에서도 외부 압력보다 자율적인 동기로 다른 사람을 도울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의 웰빙과 더 긍정적으로 연결되는 결과가 보고됐습니다.

결국 부탁의 내용만큼 부탁하는 방식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부탁이라도 계속 반복되면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상대가 거절하기 어렵게 말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부탁을 거절할 때 느끼는 미안함과 정중하게 거절하는 방법은 이전 인간관계 거절 심리 글에서도 살펴보았습니다. 부탁하는 사람에게는 사소한 요청이어도 받는 사람에게는 거절하기 어려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직장 동료의 부탁이 반복되면서 결국 거리를 두었습니다. 부탁 자체보다 제 시간과 상황을 상대가 당연하게 여긴다고 느낀 것이 더 불편했던 것 같습니다.

부탁하고 나서 마음이 불편해지는 이유

저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닙니다. 웬만하면 혼자 해결하려고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는 것이 편하지 않은 성향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도움을 받고 난 뒤의 마음이 더 신경 쓰일 때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면 ‘나도 다음에 꼭 갚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 도움을 받았는데 오히려 더 크게 사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움을 받은 사실을 그냥 넘기기보다 마음속에 빚처럼 남겨두는 편인 것 같습니다.

사회심리학에서는 누군가에게 도움이나 호의를 받았을 때 다시 돌려주려는 행동을 ‘호혜성(reciprocity)’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받은 도움을 되돌려주는 것은 인간관계에서 널리 나타나는 행동입니다.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는 감사와 부담이 함께 생길 수도 있습니다. 상대의 호의는 고맙지만 언젠가 나도 갚아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저처럼 도움을 부담스럽게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마다 부탁과 도움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성향 때문에 부탁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합니다. 내가 직접 해결할 수 있다면 굳이 부탁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고 부탁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혼자 해결하려고만 하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관계 안에서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상대의 도움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상대가 어렵다고 말했을 때도 그 답을 편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부탁이 관계를 시작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지만, 서로의 상황과 선택을 존중할 때 그 호의도 관계를 편안하게 이어주는 경험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다음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