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서 말을 아끼는 이유 (개인적인 이야기, 직장 소문, 적당한 거리)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했던 이야기가 예상하지 못한 사람에게까지 전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제가 했던 이야기가 사람을 거쳐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내 이야기도 이런 식으로 소문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경험 이후로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조금 조심하는 편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믿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나를 특별히 믿어서 말했구나’라고 생각하기보다 그냥 듣고 끝내는 편입니다. 상대가 굳이 다른 사람에게 알리고 싶지 않을 만한 내용이라면 저도 옮기지 않습니다.
저 역시 남들에게 꼭 숨겨야 할 비밀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다만 인간관계가 가까워졌다고 해서 모든 생각과 개인적인 일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어디까지 이야기할지 스스로 정하는 것도 관계를 편안하게 유지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심해서 해야 하는 이유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같은 이야기를 하지는 않습니다. 가볍게 이야기할 수 있는 내용이 있는 반면 상대를 어느 정도 알고 난 뒤에야 말할 수 있는 개인적인 이야기도 있습니다. Slepian과 Kirby는 사람들이 자신의 비밀을 누구에게 이야기하는지 연구했습니다. 연구에서는 상대가 자신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공감해줄 것 같은지, 필요한 경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은지와 같은 특성이 비밀을 이야기할 상대를 선택하는 것과 관련됐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낼 때는 상대가 그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어느 정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누군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나를 특별하게 신뢰하는구나’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저 역시 누군가 조금 사적인 이야기를 해주면 그 정도의 의미까지 부여하지 않습니다. ‘내가 들었으니 여기까지만 알고 있으면 되겠다’ 정도로 생각합니다. 비밀 공개에 관한 연구를 정리한 자료에서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털어놓는 이유와 그 결과는 단순하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면서 공감이나 조언을 얻을 수도 있고, 혼자 가지고 있던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면서 관계가 가까워질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까워지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고민이 있을 때 믿을 만한 사람과 이야기할 수도 있고, 혼자 정리하고 싶은 부분은 말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말하고 싶은 내용과 혼자 가지고 있고 싶은 내용을 스스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이 더 편안한 관계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개인적인 말을 아끼게 되는 이유
제가 말을 조금 더 조심하게 된 데에는 회사생활의 경험이 영향을 주었습니다. 회사에서 제가 했던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고, 다시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는 모습을 실제로 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 이야기했던 사람과 전혀 다른 사람에게서 그 내용을 다시 접하면 당황스럽습니다. 그때부터 ‘내가 다른 사람에게 한 이야기도 이런 식으로 돌아다닐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직장에서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 아끼는 편이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전한 개인적인 이야기가 항상 그 사람에게서 멈추는 것도 아닙니다. 비밀 공개에 관한 연구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들은 비밀을 다시 제3자에게 전달하는 행동도 연구합니다. 특히 비밀의 내용과 그 행동을 얼마나 잘못된 것으로 판단하는지 등에 따라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려는 마음이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이것을 회사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소문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 번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 정보가 계속 나의 통제 안에 있을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점은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직장 내 부정적인 소문이 구성원에게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도 있습니다. 직장에서 자신에 관한 부정적인 소문을 경험하거나 인식하는 것이 스트레스나 직장생활에서 느끼는 감정과 관련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물론 모든 직장에서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직장에서 말을 아끼는 것을 사람을 믿지 못하는 행동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업무를 위해 필요한 이야기는 충분히 하되, 굳이 공개하지 않아도 되는 개인적인 부분에는 어느 정도 선을 두는 것이 저에게는 더 편합니다.
인간관계에서 적당한 거리를 두는 방법
저는 다른 사람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도 굳이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는 편입니다. 상대가 특별히 “비밀이야”라고 말하지 않았더라도 개인적인 내용이라면 제가 다시 전달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제 이야기도 꼭 필요한 만큼만 하는 편입니다. 예전보다 인간관계에서 어느 정도의 경계를 두는 것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이것은 숨기는 것이 많아졌다는 의미라기보다 굳이 모든 것을 공유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게 된 것에 가깝습니다.
물론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관계에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비밀 공개에 관한 연구를 정리한 자료에서도 적절한 사람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 사회적 지지나 새로운 관점을 얻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면서 생각이 정리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야기하고 싶은 순간에는 말할 수 있고, 아직 말하고 싶지 않은 부분은 그대로 남겨둘 수도 있습니다.
제가 회사생활을 하면서 배운 것은 한 번 내 입을 떠난 이야기가 어디까지 전달될지를 완전히 결정할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말하고 난 뒤 걱정할 것 같은 이야기라면 처음부터 한 번 더 생각해보는 편입니다. 가까운 관계라고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말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해서 상대를 믿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무조건 많이 이야기하거나 무조건 숨기는 것보다 관계와 상황에 맞게 내가 편안한 선을 정하는 것이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데 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 글은 다음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 Slepian & Kirby, 「To Whom Do We Confide Our Secrets?」,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Bulletin, 2018.
- Nguyen & Slepian, 「Revealing Secrets」, Current Opinion in Psychology, 2022.
- Salerno & Slepian, 「Morality, Punishment, and Revealing Other People's Secrets」,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2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