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사람과 말투가 닮는 이유 (행동 모방, 카멜레온 효과, 친밀감)
저도 제가 이야기하는 도중 상대가 갑자기 말을 끊고 다른 화제로 넘어간 경험이 있습니다. 순간 당황했습니다. 내가 하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대화의 중심이 갑자기 다른 곳으로 옮겨갔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친한 친구가 비슷하게 말을 끊으면 당황스럽기는 해도 “지금 하고 싶은 말이 많은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넘어갈 때가 있습니다.
저는 평소 대화에서 말하기보다 듣는 편입니다. 물론 저도 이야기에 흥분하면 상대의 말을 끊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의식하다 보니 듣는 역할을 더 많이 하게 된 것 같습니다. 같은 ‘말 끊기’인데도 왜 상황과 관계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내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상대가 갑자기 끼어들어 자신의 이야기로 바꾸면 단순히 말할 기회를 놓쳤다는 것 이상의 불편함이 생길 수 있습니다. ‘내 이야기를 듣고 있었던 걸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관계 연구에서는 상대가 나를 이해하고 인정하며 관심을 보인다고 느끼는 것을 ‘지각된 상대방의 반응성’이라는 개념으로 다룹니다. 일상적인 사회적 상호작용을 조사한 연구에서도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뿐 아니라 상대가 자신의 이야기에 반응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친밀감을 경험하는 과정과 관련됐습니다. DOI
저도 상대가 갑자기 제 말을 끊고 자기 이야기로 화제를 바꿨을 때 이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말을 잠깐 겹친 것이라면 다시 제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제 자체가 바뀌면 제가 하던 이야기는 그대로 끝나버립니다. 순간적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말을 끊는 사람이 항상 상대를 무시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본인도 모르게 이야기에 흥분했을 수 있고, 떠오른 생각을 놓치기 싫어 급하게 말했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 의도는 그 사람에게 물어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습니다.
좋은 경청에 관한 연구에서는 듣는 사람의 공감과 비판하지 않는 태도가 말하는 사람의 사회적 불안을 낮추고, 자신의 생각을 조금 더 방어적이지 않게 바라보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도 나타났습니다. 네 번의 실험을 통해 높은 수준의 경청을 경험한 사람이 자신의 상반된 생각을 더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관찰됐습니다. Sage Journals 결국 잘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내 차례가 올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는 것과는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상대가 하고 싶은 말을 끝낼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그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도 대화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친한 친구와 이야기할 때도 말이 겹칠 수 있습니다. 친구가 갑자기 제 말을 끊으면 저 역시 순간적으로 당황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 알고 지낸 친구라면 그 행동 하나만으로 ‘내 이야기에 관심이 없구나’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평소 그 친구가 제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지금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은가 보다”라고 생각하며 넘어갈 수 있습니다. 같은 행동이어도 관계 속에서 쌓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자연스러운 대화에서는 서로 말할 차례를 매우 빠르게 주고받습니다. 2009년 PNAS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10개 언어의 일상적인 대화를 분석했습니다. 연구 결과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대체로 사람들은 대화에서 긴 공백과 지나친 말 겹침을 피하면서 빠르게 다음 차례로 넘어가는 공통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대화 차례 사이의 평균적인 시간에는 문화별 차이가 있었지만 그 차이도 전체적으로 크지 않았습니다. PubMed Central (PMC) 따라서 두 사람이 빠르게 대화를 주고받다 보면 말이 잠깐 겹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대화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말이 겹쳤다’와 ‘상대의 말을 계속 끊는다’를 구분해서 생각하려고 합니다. 친한 친구와 서로 신나게 이야기하다 “맞아, 나도 그랬어”라고 동시에 말하는 것과 상대의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매번 자기 이야기로 화제를 가져가는 것은 느낌이 다릅니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상대가 그것을 이해해준다고 느낄 때 관계가 가까워지는 과정은 이전 자기개방과 인간관계 글에서도 살펴보았습니다. 결국 한두 번 말이 겹쳤는지만 보는 것보다 평소 서로의 이야기를 얼마나 들어주는 관계인지 함께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화를 할 때 주로 듣는 편입니다. 정말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가 아니라면 상대가 하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원래부터 완벽하게 잘 들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저도 이야기에 흥분하면 상대가 말을 끝내기 전에 끼어들 때가 있습니다. 말을 하고 난 뒤 ‘조금 기다렸다가 이야기할 걸’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가 말하고 있을 때 바로 떠오른 말을 꺼내기보다 조금 기다리려고 의식합니다.
잘 듣는다는 것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과도 다릅니다. 최근 경청 연구에서는 좋은 경청에 관심, 이해, 긍정적인 태도와 같은 요소가 포함된다고 설명합니다. 상대가 자신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느끼는 과정과 좋은 경청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Compass Hub 저는 상대가 이야기할 때 고개를 끄덕이거나 짧게 반응하고, 이야기가 끝난 뒤 제 생각을 말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간에 꼭 하고 싶은 말이 떠올라 끼어들었다면 다시 “아까 하던 이야기 계속해줘”라고 상대에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대화를 잘한다는 것이 말을 재미있게 많이 하는 능력만을 뜻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상대가 자신의 이야기를 끝낼 수 있게 기다려주는 것도 대화의 한 부분입니다. 물론 모든 대화에서 차례를 정확하게 지킬 수는 없습니다. 가까운 사람과 신나게 이야기하면 말이 겹칠 수도 있고 저도 모르게 끼어들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 번도 상대의 말을 끊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남아 있는지 한 번 더 살펴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런 부분을 의식하면서 자연스럽게 말하는 사람보다 듣는 사람의 자리에 더 많이 있게 된 것 같습니다.
※ 이 글은 다음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