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사람과 말투가 닮는 이유 (행동 모방, 카멜레온 효과, 친밀감)
저는 원래 부탁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닙니다. 그런데 몇 번의 경험을 통해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어떤 일은 며칠 동안 도움을 요청할지 고민했는데, 막상 부탁하자 상대가 흔쾌히 받아주고 바로 해결해주었습니다. 특히 사무적인 관계에서 이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상대에게는 원래 업무 범위 안의 일이었고, 저 역시 도움을 요청해도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내가 어렵게 생각한 부탁이 상대에게도 어려운 부탁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왜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이렇게 많은 고민을 하게 될까요.
도움을 요청하려면 먼저 상대에게 내가 필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합니다. 여기서부터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상대가 귀찮아하지 않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거절하면 민망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처럼 다른 사람에게 신세를 지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직접 해결하는 쪽이 오히려 마음은 편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혼자 해결할 수 있다는 것과 혼자 해결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것은 다르다는 점입니다. 도움을 요청하면 금방 끝날 일을 혼자 오래 붙잡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Flynn과 Bohns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상대가 얼마나 부탁을 들어줄지 정확하게 예상하는지 연구했습니다. 여러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낯선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의 요청에 응할 가능성을 실제보다 낮게 예상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연구진은 부탁하는 사람과 부탁받는 사람이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부탁하는 사람은 상대가 거절할 가능성에 더 신경을 쓸 수 있지만, 부탁받은 사람에게도 거절은 사회적으로 불편한 행동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부탁하기 전에는 상대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런 것까지 부탁해도 될까?’, ‘내가 직접 해결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조금 번거롭더라도 직접 처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부탁하기 전부터 상대가 부담스러워할 것이라고 대신 결정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정중하게 물어보고 상대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저는 도움을 요청할지 며칠 동안 고민하다가 결국 부탁했던 경험이 몇 번 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상대는 너무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고민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바로 해결해준 경우도 있었습니다. 특히 이런 경험은 사무적인 관계에서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상대에게 일을 더 만들어주는 것 같아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 사람에게는 원래 담당하고 있는 업무였습니다. 저 역시 정당하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과 도움을 주는 사람이 같은 상황을 다르게 예상할 수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2022년 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이 상대가 도움을 줄 가능성과 도움을 주면서 느끼는 긍정적인 감정을 실제보다 낮게 예상하는 경향을 살펴봤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은 상대가 부담을 느낄 가능성에 더 집중하는 반면, 도움을 주는 사람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긍정적인 경험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모든 부탁을 상대가 반긴다는 뜻은 아닙니다. 부탁의 크기와 관계, 상황에 따라 느낌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제 경험에서 중요한 부분도 여기에 있었습니다. 부탁하기 전에는 제 입장에서만 생각했습니다. 저에게는 며칠 동안 고민할 만큼 큰 일이었기 때문에 상대에게도 큰 부탁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상대에게는 익숙한 업무였고 금방 처리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내가 어렵게 느끼는 일과 상대가 어렵게 느끼는 일은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는 사무적인 관계에서 도움을 요청해야 할 때 조금 다르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상대의 업무 범위에 포함되는지 먼저 확인합니다. 내가 정당하게 요청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필요 이상으로 혼자 고민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상대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것과 필요한 업무 협조를 요청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저는 지금도 부탁을 편하게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가능하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직접 해결하려고 합니다. 이런 성향을 굳이 바꿀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도움을 요청해야 할 상황과 직접 해결해야 할 상황을 조금 더 구분하려고 합니다. 상대가 담당하는 업무이거나 그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한 일이라면 혼자 오래 고민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방법은 아니었습니다.
도움을 요청할 때는 필요한 내용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것이 편했습니다. 상대가 무엇을 도와주면 되는지 알 수 있게 말하고, 당연히 해줄 것이라는 태도는 피하려고 합니다. 상대가 어려운 상황이라면 거절할 수 있다는 여지도 필요합니다. 도움을 받았다면 고맙다는 말도 분명하게 전합니다. 작은 부탁이 관계를 가깝게 만들기도 하고 반복되는 부탁은 부담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이전 작은 부탁과 인간관계 글에서도 살펴보았습니다. 결국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과 도움을 주는 사람 모두 상대의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것도 아니고, 혼자 해결하는 것이 항상 좋은 것도 아닙니다. 내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직접 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도움까지 피하면서 시간과 에너지를 지나치게 쓰고 있다면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고민하는 부탁이 정말 상대에게 큰 부담인지, 아니면 내가 그렇게 예상하고 있는 것인지 구분해보는 것입니다.
저는 여전히 웬만한 일은 직접 해결하려는 편입니다. 하지만 며칠 동안 고민했던 부탁을 상대가 몇 분 만에 해결해주는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상대의 역할 안에 있고 정당하게 요청할 수 있는 일이라면 필요한 도움을 분명하게 요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내가 어렵게 느끼는 부탁이 상대에게도 반드시 어려운 부탁인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다음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