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사람과 말투가 닮는 이유 (행동 모방, 카멜레온 효과, 친밀감)
저도 예전에는 가까운 사람이 해주는 일 중에는 당연히 해줘야 하는 것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침마다 좋은 하루를 보내라고 문자를 보내주는 것도 고마운 일입니다. 오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용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누군가의 배려입니다. 당연해 보였던 행동에도 상대의 시간과 마음이 들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평소에도 “고마워”라는 말을 자주 하려고 합니다. 실제로도 자주 표현하는 편입니다. 감사는 마음속으로 느끼는 것만으로 충분할까요. 아니면 직접 말로 표현할 때 관계에서 다른 의미가 생길까요.
가까운 사람과 오래 지내면 상대가 해주는 행동도 일상의 일부가 됩니다. 처음에는 고마웠던 행동도 반복되면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매일 아침 먼저 인사를 건네는 일이나 집에서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주변을 조용하게 해주는 일도 그렇습니다. 특별한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순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이 해주는 행동 중 일부를 ‘원래 해줘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같은 행동을 매일 반복하는 것도 결국 상대가 자신의 시간과 마음을 사용하는 일입니다.
감사와 가까운 관계를 연구한 Algoe와 동료들의 연구에서는 일상에서 상대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경험과 관계의 연결감을 살펴봤습니다. 함께 생활하는 커플을 조사한 결과, 상대에게 감사를 느낀 경험은 이후 관계에 대한 연결감과 만족도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이 연구만으로 감사가 모든 인간관계를 좋아지게 만든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가까운 사이에서 일어나는 작은 행동을 고마운 일로 알아차리는 것이 관계를 바라보는 마음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은 생각해볼 만합니다.
저는 요즘 가까운 사람의 행동을 ‘당연한 일’과 ‘고마운 일’로 너무 명확하게 나누지 않으려고 합니다. 가족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도 있고,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맡아야 하는 역할도 있습니다. 그래도 상대가 해준 행동에 고마움을 표현할 수는 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일이라고 해서 그 안에 들어간 배려까지 당연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런 작은 행동을 쉽게 지나칠 수 있어서 가끔은 말로 표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단순히 “고마워”라고 말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이 고마웠는지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고마워”에서 끝내기보다 “아침마다 먼저 좋은 하루 보내라고 문자해줘서 고마워”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상대도 자신의 어떤 행동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거창한 표현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고마웠던 행동을 짧게 이야기하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Lambert와 동료들의 연구에서는 단순히 감사한 일을 생각하는 것과 상대에게 감사를 직접 표현하는 행동을 구분해 살펴봤습니다. 연구 결과, 감사를 표현하는 행동은 상대와의 관계를 서로 배려하는 관계로 바라보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었습니다. 즉, 마음속으로 ‘고맙다’고 생각하는 것과 그 마음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은 관계에서 서로 다른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상대는 내가 표현하지 않으면 그 행동을 고맙게 받아들였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이들을 칭찬할 때도 비슷한 방식을 사용하려고 합니다. 막연하게 “잘했어”라고 말하기보다 어떤 행동이 좋았는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합니다. 물론 칭찬과 감사는 같은 개념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비슷합니다. 상대를 자세히 보고 실제로 좋았던 행동을 말하는 것입니다. 감사도 형식적으로 반복하면 습관적인 인사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까 그 일을 도와줘서 시간을 많이 아꼈어. 고마워”라고 말하면 무엇이 도움이 되었는지가 분명해집니다. 저는 이런 표현이 상대의 행동을 제대로 보고 있었다는 마음까지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잡무를 도와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특별히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상황상 제가 도울 수 있었고 그냥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처리했습니다. 그런데 상대가 나중에 “덕분에 시간이 많이 단축됐어요. 고마워요”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생각보다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한 행동이 상대에게 실제로 도움이 됐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Grant와 Gino는 감사를 받은 사람이 이후 어떤 경험을 하는지 여러 실험을 통해 살펴봤습니다. 연구에서는 도움을 준 뒤 감사 표현을 받은 사람들이 자신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행동을 했다고 느끼는 정도가 높아졌고, 이후 다른 사람을 돕는 행동에도 영향을 주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감사는 도움을 받은 사람이 예의를 지키기 위해 하는 말에 그치지 않고, 도움을 준 사람에게 자신의 행동이 의미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감사 한마디가 언제나 같은 효과를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관계와 상황에 따라 받아들이는 느낌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작은 도움과 호의를 주고받는 과정이 인간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이전 작은 부탁과 인간관계 글에서도 살펴보았습니다.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에서는 부탁의 방식도 중요하지만, 도움을 받은 뒤 그 행동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회사에서 들었던 짧은 감사 표현 덕분에 제가 한 일이 상대에게 도움이 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가까운 사람이 해주는 일 중에는 당연한 것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봅니다. 고마운 행동이 보이면 가능하면 말로 표현합니다. 가까운 사이라서 알아서 알겠지 생각하기보다 무엇이 고마웠는지 한마디 더 전하는 것이 관계를 편안하게 이어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 글은 다음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Algoe, Gable & Maisel, 「It's the little things: Everyday gratitude as a booster shot for romantic relationships」, Personal Relationships, 2010.
Lambert 외, 「Expressing gratitude to a partner leads to more relationship maintenance behavior」, 2010.
Grant & Gino, 「A little thanks goes a long way: Explaining why gratitude expressions motivate prosocial behavior」, 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