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사람과 말투가 닮는 이유 (행동 모방, 카멜레온 효과, 친밀감)
저도 아이들 하교 시간에 학부모들을 만나면서 이런 경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처음에는 인사할 타이밍을 살피게 됩니다. 첫인상이 썩 좋지 않아 굳이 인사하지 않았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인사를 하고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눠보니 생각보다 대화가 잘 통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마주칠 때 웃으며 안부를 묻게 되었습니다.
심리학에서는 반복해서 접한 대상이 점점 익숙하게 느껴지는 현상을 오래전부터 연구해 왔습니다. 대표적인 개념이 ‘단순 노출 효과’입니다. 하지만 자주 본다고 모든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인간관계에서는 익숙함 이후에 나누는 대화도 중요했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긴장하게 됩니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반면 매일 비슷한 시간에 마주치는 사람은 조금 다릅니다. 대화를 나눈 적이 없어도 얼굴이 익숙해집니다. ‘저 사람을 본 적이 있다’는 느낌이 생깁니다.
심리학에서는 반복해서 접한 대상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는 현상을 ‘단순 노출 효과(Mere Exposure Effect)’라고 합니다. 단순 노출 효과에 관한 연구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2017년에는 기존 연구 81편에서 나온 268개의 효과를 종합한 메타분석도 발표됐습니다. 분석 결과 반복 노출과 호감 사이에는 관련성이 있었습니다. 다만 많이 접할수록 호감이 계속 커지는 단순한 관계는 아니었습니다. 반복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효과가 줄어드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이 내용을 인간관계에 그대로 적용해 ‘자주 보면 무조건 좋아하게 된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사람 사이에는 성격과 대화, 행동처럼 훨씬 많은 요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낯설었던 사람이 자꾸 눈에 익으면 처음보다 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좋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첫인상이 별로여서 인사를 하지 않았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자주 마주쳤지만 인사를 시작하기도 애매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인사를 나누고 짧게 대화했습니다. 예상과 달리 이야기가 꽤 잘 통했습니다. 이후에는 이전과 전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그 일을 겪으며 첫인상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첫인상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처음 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도 하나의 정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하면 실제 모습을 알 기회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겉으로 본 모습과 직접 대화를 나눴을 때의 느낌은 생각보다 다를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 하교 시간에는 같은 학부모를 반복해서 만날 때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얼굴만 알고 지냅니다. 몇 번 마주치다 보면 서로 알고 있다는 느낌은 드는데 오히려 인사할 시기를 놓치기도 합니다. ‘지금 갑자기 인사하면 이상한가?’라는 생각에 그냥 지나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 번 인사를 하고 나면 다음부터는 훨씬 편해집니다. 다시 만났을 때 가볍게 웃으며 인사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아이들이 조금 늦게 나오네요” 같은 짧은 이야기도 하게 됩니다. 날씨나 아이들 일정처럼 별것 아닌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러다 조금씩 일상적인 스몰토크가 생깁니다.
저에게는 이 첫 번째 인사가 꽤 큰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상대가 완전히 낯선 사람일 때는 말을 걸기까지 생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한 번 인사를 나눈 사람에게는 다음 인사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몇 번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상대의 말투나 분위기도 알게 됩니다. 그러면서 처음 가졌던 인상과 다른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반복해서 보면서 생기는 친숙함을 다룬 연구에서도 단순히 ‘전에 봤다’고 기억하는 것뿐 아니라 익숙하게 느끼는 과정이 평가와 관련될 수 있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다만 제가 경험한 학부모 관계를 이 연구 하나로 모두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자주 마주쳤다는 사실만으로 대화가 시작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누군가 먼저 인사를 했고 서로 짧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 과정에서 생각보다 잘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통점을 발견하면서 상대에게 마음이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슷한 가치관과 공통점이 사람 사이의 호감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이전 인간관계 호감 심리 글에서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 경험에서는 익숙함이 먼저였다면, 대화를 시작한 뒤에는 서로 잘 통하는 부분을 발견하는 과정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익숙함이 관계를 만들어준다기보다 관계를 시작하는 문턱을 조금 낮춰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이었던 상대가 ‘자주 보던 사람’이 됩니다. 인사를 나누면 ‘인사하는 사람’이 됩니다. 그다음부터는 대화를 통해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아가게 됩니다. 아주 가까운 관계가 아니더라도 마주쳤을 때 편하게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될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험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편하게 인사를 시작했습니다. 얼굴도 익숙해졌고 몇 번 대화도 나눴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계속하다 보니 저와 대화의 결이 많이 다르다고 느껴진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대화하는 것이 불편해졌습니다.
이런 경험을 생각하면 단순 노출 효과를 인간관계의 공식처럼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실제 메타분석에서도 반복해서 접할수록 호감이 끝없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노출 횟수와 상황 등에 따라 효과는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다른 연구에서도 반복 노출이 일어난 맥락이 단순 노출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됐습니다.
사람 사이에서는 더욱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얼굴이 익숙해지는 것과 서로 잘 맞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자주 만나다 보면 처음의 어색함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대화를 시작하면 가치관이나 말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경우 굳이 관계를 억지로 발전시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만나면 편하게 인사하는 정도의 관계도 충분합니다. 모든 사람과 친해질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로 첫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대화를 시작할 기회까지 닫아둘 필요도 없다고 느꼈습니다.
사람을 처음 봤을 때 받은 인상과 몇 번 대화를 나눈 뒤의 인상은 다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첫인상만으로 판단했다면 생각보다 잘 통했던 사람을 알지 못했을 것입니다. 반대로 친근하게 시작했지만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도 있습니다.
결국 익숙함은 관계의 문을 조금 쉽게 열어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다음 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서로 나누는 대화와 경험인 것 같습니다. 첫인상만으로 사람을 너무 빨리 판단하지 않는 것, 그리고 몇 번 만났다는 이유로 꼭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저는 그 정도의 여유가 인간관계를 조금 편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 이 글은 다음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