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그 시절이 그리워지는 이유 (계절, 추억, 소중한 인연)

노란 잎이 물든 나무 사이 산책길을 함께 걷는 두 사람

봄바람이 불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대학에 입학했던 3월, 친구와 함께 걷던 캠퍼스 길이 생각납니다. 강당에서 나란히 강의를 듣고, 교양수업을 하며 웃었던 시간도 떠오릅니다.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친구와 돌아갈 수 없는 스무 살 무렵의 기억입니다. 산뜻하고 풋풋했던 그 시절은 해마다 찾아오는 봄과 함께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봄바람이 불면 함께했던 시간이 떠오르는 이유

대학 신입생으로 캠퍼스에 들어섰던 때가 3월이었습니다. 그 무렵 친해진 동기의 생일도, 친구를 떠나보낸 기일도 같은 달에 있습니다. 그래서 3월은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계절이면서 친구와의 기억이 겹쳐 있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매년 봄바람이 불면 대학생이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친구가 살아 있을 때도 봄이면 함께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서로 먼저 연락하곤 했습니다. 같은 계절에 같은 시절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나눌 수 있었던 때였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매일 함께 걷던 캠퍼스 길입니다. 강당에서 같이 강의를 듣던 모습도 생각납니다. 교양수업으로 들었던 에어로빅과 검도를 하며 웃었던 기억도 남아 있습니다. 특별한 기념일의 장면만 소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시에는 반복되는 학교생활이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평범한 시간 안에 친구와 함께한 날들이 들어 있습니다. 친구를 기억하려고 한 가지 사건을 찾기보다, 같이 다니던 길과 수업 시간이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헤퍼와 동료들의 2024년 연구는 여러 문화권의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계기와 그 기능을 살펴봤습니다. 연구에서는 감각적인 자극이나 사람들과의 모임 등이 향수의 계기로 보고됐습니다. 또한 그리운 과거를 떠올리는 실험에서 타인과 연결돼 있다는 느낌 등이 높아졌습니다. 다만 이 결과가 봄바람과 친구의 기억이 연결된 개인적인 이유까지 입증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경험에서는 입학과 생일, 기일이 모두 3월에 있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같은 계절에 담긴 여러 기억이 봄을 더욱 특별하게 느끼게 합니다.

그 사람과 함께 그 시절의 나도 그리워지는 이유

친구를 떠올릴 때는 그 사람만 생각나는 것이 아닙니다. 함께했던 20대의 젊은 시절도 그립습니다. 대학생이던 때의 산뜻하고 싱그러운 느낌, 아직 풋풋했던 시간이 함께 떠오릅니다.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아련함도 있습니다. 친구에 대한 그리움과 지나간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따로 나누기는 어렵습니다. 함께 웃었던 사람을 생각하면 그 곁에 있던 당시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기억나기 때문입니다. 캠퍼스의 기억에는 친구와 그 시절의 내가 함께 있습니다.

와일드슈트와 동료들의 2006년 연구에서도 그리운 과거의 기억에는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한 경험이 자주 등장했습니다. 여러 연구를 통해 향수의 내용과 계기, 기능을 살펴본 결과입니다. 일부 실험에서는 그리운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사회적 유대감과 긍정적인 감정을 높이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이는 추억이 혼자만의 과거라기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일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만 향수에 관한 일반적인 연구 결과를 친구를 잃은 뒤의 모든 감정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같은 기억에도 사람마다 다른 마음이 담길 수 있습니다.

이 기억에는 반가움과 아련함이 함께 있습니다. 친구와 교양수업을 하며 웃던 때를 떠올리면 풋풋했던 시절이 생각나고, 지금은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도 느껴집니다. 즐거웠던 순간이라고 해서 그리움까지 가벼운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아련함 때문에 그 시간이 소중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지금 남아 있는 감정을 하나로 정리하기보다, 그 사람과 그 시절이 함께 그립다는 말이 가장 가깝습니다. 함께 보낸 시간이 있었기에 친구의 기억 속에서 젊은 날의 모습도 다시 만나게 됩니다.

좋은 순간을 마음속에 간직하는 방법

봄이 와서 친구가 생각나도 특별한 행동을 하지는 않습니다. 봄바람을 즐기며 그때를 추억하고, 마음속으로 떠올리는 편입니다. 사진을 찾아보거나 누군가에게 이야기해야만 기억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걷던 길과 웃었던 수업 시간이 생각나면, 그 장면을 잠시 떠올리는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매년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기준을 정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순간에 친구와 함께했던 시간을 기억합니다. 이것이 지금 추억을 간직하는 방식입니다.

관계와 시간의 변화를 다룬 인간관계 멀어지는 이유에서도 지나간 인연의 의미를 살펴봤습니다. 다만 친구를 떠나보낸 경험은 연락이 줄거나 생활이 달라져 멀어진 관계와는 다릅니다. 지금 이 글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관계를 다시 이어가는 방법이 아니라, 함께했던 시간이 어떤 모습으로 남아 있는지입니다. 더는 같은 길을 함께 걸을 수 없어도, 그 길을 같이 걸었던 기억은 남아 있습니다. 현재의 만남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추억에도 소중함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리움을 느낄 때마다 어떤 결론을 내리거나 행동으로 옮기려 하지는 않습니다. 추억은 추억으로 두고, 좋았던 순간을 잘 간직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같은 방식으로 기억하라는 뜻이 아니라, 소중한 시간을 대하는 개인적인 마음입니다. 봄바람이 불면 친구가 생각나고, 친구를 떠올리면 함께했던 대학 시절이 생각납니다. 강당에서 강의를 듣던 날들과 에어로빅, 검도 수업을 하며 웃던 순간도 그 안에 있습니다. 돌아갈 수 없어 아련하지만, 함께했던 좋은 시간이 있었다는 사실을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습니다.

※ 이 글은 다음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하였습니다.

Wildschut, T., Sedikides, C., Arndt, J., & Routledge, C.(2006).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기억의 내용과 계기, 심리적 기능을 살펴본 연구. Nostalgia: Content, triggers, functions

Hepper, E. G. 외(2024). 여러 문화권에서 향수의 계기와 사회적 연결감 등의 변화를 살펴본 연구. Pancultural nostalgia in action